December 7, 2022
졸업식/입학식 문화
'책거리'라는 문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조선 시대에는 학문을 다 마치면 시행되는 ‘책거리’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자녀가 서당에서 천자문, 동몽선습, 소학 등의 책을 한 권씩 습득할 때마다, 국수를 삶고 송편을 빚으며 스승의 노고에 보답하는 풍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학문 숙련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는데요. 회초리를 맞으면서까지 배움을 갈고닦고, 또 엄격한 규율 속의 고된 생활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 지켜야 할 제도도 있었습니다. 바로 ‘책씻이’나 ‘새책례’라고 불리는 풍습으로, 학문을 마칠 때까지 책을 관리하여 후배에게 깨끗한 책을 물려주는 제도라고 합니다.
근대의 학생들은 교복의 자율화가 없이 검정 교복만을 입어야 하는 규율 속에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졸업식 당일이 되면, 학창 시절 동안 쌓여있던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밀가루 뿌리기와 교복 찢기 같은 퍼포먼스가 한때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교복 문화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을 분출하는 의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과격하고 급진적인 형태로 변질되고, 결국 경찰이 졸업식 현장을 통제하는 사건사고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안전 상의 이유로 인하여 이러한 과격한 졸업식 문화는 문화 행사나 간소화한 졸업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학업을 위해 노력했던 날들을 서로 위로하고, 밝은 졸업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학교들과 학생들의 무수한 노력이 더해져 지금의 졸업식 형태의 문화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STOP! 잠깐 멈춰졌던 대학 졸업식 문화
대학교 졸업식 문화에도 다양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대학시절을 떠올리면, 캠퍼스 낭만을 상상하곤 합니다. 특히 대학교 캠퍼스에서 삼삼오오 다 함께 모여 하늘 위로 학사모를 집어던지는 전통적인 졸업식이 생각나는데요. 이와 더불어 스마트폰으로 서로의 인증샷을 SNS에 공유하는 것이 최근의 졸업식 문화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부산 지역 대학들의 졸업식 낭만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고 하는데요. 부산의 대학들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졸업식을 취소하거나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동의대학교도 예정됐던 모든 졸업식을 취소하고, 졸업생 전원에게 개별로 졸업증서를 배부하였으며, 한국해양대는 해사대학 학위수여식을 비대면 행사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사대학의 졸업식 전통 중 하나는 졸업생 400여 명이 일제히 모자를 하늘로 던지는 진풍경을 감상하는 것이었는데요. 아쉽게도 이 모습은 올해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앤데믹으로 전환되는 시기가 다가온 만큼, 하루빨리 캠퍼스에도 일상이 회복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새로운 졸업식 문화의 도입
1. 메타버스 졸업식
캠퍼스 대면 활동이 중단되고 비대면 교육이 발전함에 따라 캠퍼스 내에도 메타버스의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의 아바타를 이용해 들어가는 가상의 세계를 뜻하는 용어로, 비대면 졸업식뿐만 아니라 신입생 환영회나 졸업식까지 이 메타버스(가상공간)를 활용한 졸업식과 입학식을 준비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서울 청파동 소재의 숙명여대 캠퍼스는 대학 점퍼를 입은 캐릭터들이 가상의 공간 속에서 결집하여 서로의 사진을 찍으며 소통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아울러 가상 공간의 이점을 적극 활용한 조선이공대는 '제56회 전문학사 및 제13회 학사 학위 수여식'을 메타버스를 활용해 비대면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졸업식 당일 3차원 가상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여 자신의 개성이 표현된 아바타를 활용하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메타버스 방(LAND)은 참여 인원의 제한이 있었는데요.
이로 인해 학과별로 10개의 시간대를 나눠 운영했으며, 가상 공간 속 대학 운동장에서 총장님의 회고사 낭독 영상이나 교수님의 졸업 축하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과 친구들의 아바타들과 메타버스 졸업식으로나마 서로 작별 인사를 하며 대면 졸업식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2. 포토존으로 기념하는 졸업식
앞서 본 것처럼 오프라인의 경험을 더욱 중시하는 학생들을 배려하고자 학위 취득자에 한해 학위복을 대여해 주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비록 졸업식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없었지만, 캠퍼스 내 포토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졸업을 기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세종대는 'GPU(Graduation Photo Using) LED SCREEN'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세종대 광개토관 앞에서 대형 실물 SNS 프레임으로 학교 건물을 배경 삼아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였고, 이외에도 대형 LED 전광판의 영상 등을 활용하여 졸업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구성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였습니다.
3. 드라이브인(Drive-in) 졸업식
한편, 온라인 졸업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졸업식을 진행한 대학교 사례도 있습니다. 홍익대학교는 마치 고속도로에서 음식을 주문하듯, 차를 탄 채로 졸업장을 받고 지나가는 ‘드라이브 스루’ 형식의 졸업식인 ‘Drive-in 졸업식’을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해당 졸업식은 비대면 소통 시리즈인 ‘마음:TACT(마음택)’을 진행하고 있는 KT와 함께 콜라보 하여 준비한 행사였는데요.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홍익대 유튜브 채널에서도 실시간 생중계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기프티콘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마지막까지 즐거운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4. 졸업식 이벤트
서울대학교 또한 졸업식 맞춤 이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밤을 새우며 서로가 고생한 종강의 순간, 동아리 공연 현장, 축제 마지막 날 등 학생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순간을 영상으로 공유하거나 학사모를 쓰고 찍은 사진을 공모전에 제출하면, 참여한 모든 학생들에게 1만 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제공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추첨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졸업식 이후에도 학교와 학생 모두 사진과 영상을 소장함으로써 학창 시절의 추억을 평생토록 간직하는 의미 있는 참여 이벤트였습니다.